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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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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LEE Yeosung , < Untitled > , 연도 미상
Colors on silk , 28cm × 36cm

천(絹) 위에 모필로 그린 수묵담채화다. 누렇게 퇴색한 바탕과 빛바랜 색채지만 한적한 수변에 고즈넉이 초가집 한 채가 자리한 풍경이다. 사립문 밖 길에도 물가 빈 나룻배에도 인기척 하나 없이 정적이 감돈다. 집 뒤로 시작되는 언덕에는 송림이 우거져 화면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서화작품의 구도법과는 다른 화경이다. 관념적인 산수화에 비해 근경의 초옥이나 중경의 소나무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편이고 선염법으로 처리된 원산의 모습도 근대적인 시각이 반영돼 전반적인 표현이 새롭다.
표구하는 과정에 사방 가장자리가 조금씩 잘려 나간 듯 여백이 빠듯한 화면 오른쪽 아래에 청정(靑汀)이란 호가 보인다. 낙관은 심하게 마모돼 식별이 어렵다. 이한우 선생 소장의 춘하추동 사계를 그린 네 폭 그림의 머릿병풍이 있는데 청정거사라는 서명과 선명한 낙관이 남아있다. 이쾌대가 형 이여성으로부터 결혼 선물로 받아 간직하던 것으로서 청정은 바로 이여성의 호다. 한국마사회가 소장하고 있는 역사적 풍속화인 〈격구도〉 한 폭에도 청정이란 아호와 함께 두 개의 방형 인장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소장품 100선』, 대구미술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