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전 시 명: 대구포럼 V 《바깥을 향한 속삭임 Whispers Toward the Outside》
ㅇ 전시기간: 2026. 7. 7. ~ 2026. 10. 25
ㅇ 전시장소: 대구미술관 1전시실, 어미홀
ㅇ 참여작가: 김범, 김수자, 변카카, 최지목, 애니 닝, 마리오 파이퍼, 시린 네샤트, 타오 응우옌 판
ㅇ 전시구성: 비디오, 사진, 회화, 설치, 드로잉, 등
대구포럼 V 《바깥을 향한 속삭임 Whispers Toward the Outside》
대구포럼은 동시대의 다양한 현상을 예술의 시선으로 탐구하는 대구미술관의 대표 기획전 시리즈이다. 2026년 다섯 번째를 맞는 이번 전시 《바깥을 향한 속삭임》 은 가장 낮은 목소리로 세상을 감지하는 예술의 방식을 통해 묻는다. 거대한 말들이 넘쳐나는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작은 신호들은 무엇인가.
속삭임은 아주 작은 목소리다. 그러나 듣는 이를 귀 기울이게 하고, 상대의 표정이나 몸짓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속삭임은 말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언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속삭인다. 비밀을 전할 때, 사랑을 고백할 때, 슬픔을 나눌 때, 기도할 때나 고해성사처럼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는 진실을 이야기할 때 속삭인다. 나아가 속삭임은 사적인 언어에 머물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은밀한 대화와 이야기의 형태로 전해왔다. 검열과 억압의 시대에는 공식 기록에 담기지 못한 이야기들이 구전과 증언을 통해 이어지며 또 다른 진실을 전해왔다. 거대한 역사는 기록된 언어로 남지만, 그 역사를 움직인 불안과 희망은 종종 작은 목소리들 사이에서 먼저 형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속삭임은 권력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언어이기도 하다. 속삭임은 바로 그러한 변화의 흔적들을 담아내는 언어다. 그것은 세상이 움직이는 방향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이기도 하다.
전시에 참여한 여덟 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언어로 그런 속삭임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타오 응우엔 판은 식민과 전쟁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기억의 잔향을 불러내고, 시린 네샤트는 권력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영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응시한다. 마리오 파이퍼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서로 다른 시선과 증언을 통해 사회가 지워온 진실의 틈을 드러내며, 애니 닝은 공동체 안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의 불안과 자기 의심, 그리고 그로부터 열리는 해방의 몸짓을 그려낸다. 한편 김수자는 말보다 앞서 존재하는 조용한 몸의 언어를 통해 삶이 새긴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며, 변카카는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몸의 의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지목은 빛과 잔상 사이에서 보는 행위 자체를 되묻고, 김범은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비틀어 당연함을 의심하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지닌 이들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조용한 진동이 흐른다. 그것은 세상을 설명하거나 단정하기보다 익숙한 세계의 표면 아래 숨어 있던 감각과 관계들을 드러내는 움직임이다. 어쩌면 속삭임은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가장 섬세한 반응이자,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회의 징후와 감정을 포착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바깥을 향한 속삭임》은 그 미세한 떨림들에 귀 기울이는 자리다. 그리고 그 속삭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세계의 질서와 경계는 어느새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쩌면 세계를 움직이는 변화는 가장 큰 목소리가 아니라, 가장 조용한 목소리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